PERGAP가격에 반영된 기대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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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원전 —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설계계약과 '원전 슈퍼사이클'의 실체

2026-09-08 게시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설계계약, 미국 대형원전·SMR 참여, 국내 신한울. 수주잔고에 이미 잡힌 것과 아직 아닌 것.

무슨 일이 있었나

현대건설은 원전을 짓는 건설사다. 원자로 자체(주기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원전 부지의 토목·건축과 부대설비, 그리고 설계·조달·시공(EPC)을 묶어 발주처에 넘기는 쪽이다. 이 회사의 원전 사업은 지금 성격이 다른 세 단계에 걸쳐 있다.

이미 수주잔고에 잡혀 있는 것은 국내와 중동이다. 신한울 3·4호기 주설비공사(한국수력원자력, 2024년 4월 착공, 2033년 10월 완공 예정)는 기본도급액 약 1조6천억 원으로 잔여 계약잔액이 1조3천억 원대이고, 20년 가까이 수행해 온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은 완공 예정일(2026년 9월)에 이르러 잔여 물량이 거의 소진됐다(반기보고서 수주상황).

시장이 ’원전 슈퍼사이클’이라 부르는 것은 그다음 단계다. 2024년 11월, 현대건설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7·8호기 원전의 설계 계약을 맺었다. 노형은 웨스팅하우스의 대형원전 AP1000 2기, 총사업비는 약 20조 원 규모로 거론되며 완공 목표는 2035년이다. 다만 이 단계에서 현대건설이 맡은 것은 주설비 외 부대설비(BOP)와 부지 인프라 설계·인허가 지원이고, 조달·시공을 아우르는 EPC 본계약은 이후 단계로 예정돼 있다. 미국에서도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공장에서 모듈로 찍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소형 원전)에 원천기술 보유사와의 파트너십으로 참여를 추진한다고 반기보고서에 적었다.

무슨 뜻인가

핵심은 ’설계 계약’과 ’EPC 계약’의 간격이다. 설계 계약은 규모가 전체 사업비의 일부에 그치고, EPC 본계약이 뒤따라야 20조 원이라는 총사업비가 실제 수주로 전환된다. 그래서 반기보고서의 수주잔고에는 신한울·바라카 같은 확정 물량이 들어 있지만, 불가리아 대형원전의 총사업비는 아직 그 전액이 잡혀 있지 않다. 언론이 말하는 ’20조’와 ’수주잔고에 반영된 금액’은 다른 숫자다.

원전 수주가 실적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도 유별나다. 대형원전은 착공에서 준공까지 10년 안팎이 걸리고, 매출은 공정 진행률을 따라 여러 해에 나뉘어 인식된다. 신한울 3·4호기의 계약기간이 2033년, 코즐로두이 완공 목표가 2035년이라는 것은, 설령 EPC 본계약이 성사돼도 그 매출이 장기간에 걸쳐 얇게 퍼진다는 뜻이다. 수주 공시의 큰 숫자와 당장의 손익 사이에는 시차가 크다.

두 갈래로 갈린다. 설계 계약이 EPC 본계약으로 이어지고 미국·유럽에서 후속 수주가 붙으면, 원전은 국내 주택 경기와 무관한 장기 성장 축이 된다 — 발주국의 정책과 자금이 뒷받침될 때의 이야기다. 반대로 원전은 상대국의 정치·인허가·자금조달에 사업 자체가 걸려 있어, 파트너십과 설계 계약이 본계약으로 전환되지 못하면 ’참여 추진’이라는 전략 서술로 남는다. 지금 확정된 것은 국내 신한울과 부지 설계 단계의 불가리아까지이고, 그 위에 얹힌 기대가 어디까지 계약으로 바뀌는지가 이 국면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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