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 태양광 장비 — 기대감과 공시 사이의 거리
탠덤·우주용 태양전지와 테슬라 공급 기대가 보도되는 동안 공시된 태양전지 장비 수주잔고는 0이었다. 과거 한 차례의 대형 수출과 지금의 차이
무슨 일이 있었나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웨이퍼에 얇은 막을 입히는 증착 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같은 증착 기술로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장비도 만든다. 매출의 대부분은 반도체 장비에서 나오고, 2026년 상반기에는 98%였다.
2026년 들어 이 회사의 태양광 장비가 자주 기사에 올랐다. 2026년 4월 21일에는 미국 테슬라의 태양광 장비 조달 계획과 엮여 주성의 공급 기대감이 보도됐다. 이날 주가는 장중 25% 넘게 올랐다(뉴스1). 같은 날 디일렉은 테슬라의 태양광 장비 도입 계획과 증권가 분석을 전하면서도, 주성과의 계약은 공식 발표된 것이 없다고 적었다. 회사도 반기보고서에서 탠덤 태양전지 기술이 “우주 AI 데이터센터용 태양전지까지 활용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썼다(II-7). 탠덤은 서로 다른 태양전지 두 층을 겹쳐 효율을 높이는 구조다.
공시가 보여 주는 것
공시된 숫자는 기대와 거리가 있다. 태양전지 장비의 수주잔고는 2025년 말, 2026년 3월 말, 6월 말 모두 0이었다(각 정기보고서 II-4). 태양전지 장비 매출은 2024년 1,500만 원, 2025년 2,300만 원, 2026년 상반기 0원이었다. 2026년 9월 25일까지 DART에는 태양전지 장비 공급계약 공시도 없다. 테슬라와의 거래는 공시로 확인되지 않는다.
반면 회사가 적는 역량은 크다. 반기보고서는 태양전지 장비 연간 생산능력을 “20GWp 이상”으로 적었다. GWp는 태양전지가 최대로 낼 수 있는 출력의 합이다. 회사는 결정질·박막·페로브스카이트·탠덤 장비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회사라고 설명한다. 탠덤(HJT+페로브스카이트) 장비로는 35% 이상의 발전 효율을 낼 수 있다고 적었다. HJT는 결정질 실리콘에 얇은 막을 덧대 효율을 높인 이종접합 태양전지이고, 페로브스카이트는 특정 결정 구조를 가진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다. 2025~2026년에는 페로브스카이트·탠덤 관련 특허 3건을 등록했다(II-7). 다만 이런 역량 서술을 뒷받침할 매출이나 수주는 아직 공시에 나오지 않는다.
한 번 있었던 대형 수출
태양광 장비 매출이 늘 0이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9월 회사는 유럽 태양전지 업체 EnCORE Group LLC와 470억 9,320만 원 규모의 장비 공급계약을 공시했다. 당시 최근 매출의 39.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고, 납기는 2022년 8월이었다. 계약 상대방은 “최근 설립되어 현재 매출액이 발생하지 않은” 유럽 PV 회사의 신규 법인이었다(공급계약 공시).
그런데 2022년 태양전지 장비 매출은 2,300만 원에 그쳤다. 다음 해인 2023년에야 태양전지 장비 매출 503억 원이 전액 수출로 잡혔다. 회사는 2023년 사업보고서에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태양광 장비 수출 지연”을 이익률 하락 이유 중 하나로 적었다(2022·2023 사업보고서 II-1·II-4). 2023년 수출분이 EnCORE 계약분인지는 회사가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금액과 지역, 시기가 겹친다. 이 기록은 계약이 공시되더라도 매출이 되기까지 1년 넘게 밀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 뒤로 태양전지 장비 매출은 다시 연 수천만 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무슨 뜻인가
같은 사실이 두 방향으로 읽힌다. 한쪽에서 보면, 회사는 탠덤·페로브스카이트 장비 기술과 특허를 쌓았고, 과거에 수백억 원 규모의 태양광 장비를 실제로 수출한 이력이 있다. 대면적 유리기판 증착은 디스플레이 장비에서 이미 쓰던 기술이라, 생산 설비를 반도체·디스플레이와 나눠 쓸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대형 고객의 발주가 공시로 확인되면, 매출이 거의 없는 지금 상태에서 사업 구성이 크게 바뀔 수 있다.
다른 쪽에서 보면, 지금까지 공시로 확인되는 태양광 수요는 0이다. 기대감을 움직인 테슬라 관련 보도는 테슬라 쪽 계획과 증권가 분석에 기댄 것이고, 주성과의 계약을 확인한 것이 아니다. 과거 대형 수출은 신생 고객 한 곳에 집중됐고, 납기가 한 해 이상 밀렸다. 그 뒤로 후속 매출도 이어지지 않았다. 태양광 장비는 회사 스스로 “정부 주도형 산업”이라고 적은 만큼, 각국 보조금과 무역 정책이 바뀌면 고객의 투자 결정이 달라진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태양전지 장비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가 나오는지다. 공시에는 계약 상대, 금액, 매출액 대비 비율, 납기가 나온다. 과거 EnCORE 사례처럼 상대방이 신생 법인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정기보고서 II-4 수주상황 표에서 태양전지 장비 수주잔고 칸이 0에서 벗어나는지다.
셋째, 계약 이후 매출 인식이 납기대로 이루어지는지다. 회사는 장비를 인도할 때 매출을 잡는다. 따라서 수주잔고가 생긴 뒤 몇 분기 안에 태양전지 장비 매출이 나오는지가 계약 이행을 보여 준다. 넷째, 테슬라처럼 이름이 거론되는 고객이 공시에 실제로 등장하는지다. 여러 매체가 같은 이름을 반복해도, 공시에 나오기 전까지는 확인된 거래가 아니다.
출처
- 주성엔지니어링 2026년 반기보고서 II-3 생산능력·II-4 매출 및 수주상황·II-7 기타참고사항 (DART, 2026-08-14)
- 주성엔지니어링 2025년 사업보고서 II-4 매출 및 수주상황 (DART, 2026-03-18)
- 주성엔지니어링 2023년 사업보고서 II-1 사업의 개요·II-4 매출 (DART, 2024-03-18)
- 주성엔지니어링 2022년 사업보고서 II-4 매출 (DART, 2023-03-21)
- 단일판매ㆍ공급계약체결 — EnCORE Group LLC 태양전지 제조장비 (DART, 2021-09-08)
- 디일렉 — 주성엔지니어링, 고효율 태양광 장비 테슬라 공급 기대감 (2026-04-21)
- 뉴스1 — "테슬라 수주 기대" 주성엔지니어링, 신고가 달성 (202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