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기술 체코 두코바니 수주 — 설계 두 계약의 구조
2025년 12월 체결된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종합설계·원자로계통설계 계약 2건의 규모, 계약상대, 그리고 발주 구조
무슨 일이 있었나
한전기술은 원전을 설계하는 회사다 —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같은 1차 계통(NSSS, 원자로에서 나온 열로 증기를 만드는 핵증기공급계통)을 설계하는 ’원자로계통설계’와, 이 계통에 터빈·건물·안전설비를 엮어 발전소를 완성하는 ’종합설계(A/E)’를 함께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설계사다. 2025년 12월, 이 회사는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신규 원전에 대해 설계 계약 두 건을 잇따라 체결했다.
첫째는 12월 12일 체결한 종합설계용역으로, 계약금액 1조2,508억원(EUR 724,958,299), 계약상대는 한국수력원자력이다. 둘째는 12월 24일 체결한 원자로계통설계용역으로, 계약금액 3,734억원(EUR 214,653,247), 계약상대는 두산에너빌리티다. 두 계약 모두 종료일은 2038년 4월 18일로, 13년에 걸친 장기 계약이다. 두 건을 합치면 약 1조6,243억원(EUR 9.4억)으로, 회사의 2024년 매출(5,534억원)의 약 2.9배에 해당한다.
이 설계 계약들은 더 큰 사업의 일부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은 한수원이 팀코리아(원전 공기업·민간기업 연합)로 수주한 프로젝트이고, 그 안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12월 한수원과 5.6조원 규모의 주기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 큰 그림에서 한전기술의 몫은 ’설계’다.
계약이 두 갈래인 이유 (발주 구조)
같은 원전 사업인데 계약상대가 갈린다. 종합설계는 발주처인 한수원과 직접 맺었고, 원자로계통설계는 두산에너빌리티와 맺었다. 이는 한국형 원전의 역할 분담을 그대로 반영한다 —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자로·증기발생기 같은 주기기(NSSS 하드웨어)를 만들어 공급하고, 그 계통의 설계를 한전기술이 두산으로부터 받는 구조다. 새로운 방식이 아니라, UAE 바라카 원전에서도 한전기술의 원자로계통설계 계약상대는 두산에너빌리티였다(사업보고서 수주상황).
따라서 이 두 계약은 서로 다른 곳에 걸려 있다. 종합설계는 발주처(한수원, 나아가 체코 발주처)의 사업 진행에, 원자로계통설계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기기 사업 진행에 각각 연동된다. 한 회사가 딴 두 계약이지만, 무엇이 지연되거나 앞당겨지는지를 볼 때는 두 축을 나눠 봐야 한다.
규모를 읽는 두 갈래
계약금액이 크다는 사실은 두 방향으로 읽힌다. 한쪽은 매출 가시성이다. 두 계약 합계가 2024년 매출의 약 2.9배이고 2038년까지 이어지므로, 설계 공정이 진행되는 동안 장기간에 걸쳐 매출로 나뉘어 잡힐 기반이 생긴다. 다른 한쪽은 시차와 분산이다. 원전 설계는 진행기준(공정 진척도에 따라 매출을 나눠 인식하는 방식)이라 계약금액이 곧바로 실적이 되지 않고 13년에 걸쳐 흩어진다. 계약을 딴 시점과 그 돈이 손익계산서에 들어오는 시점이 다르다는 뜻이다. 계약금액 규모만으로 단기 실적을 가늠하는 것과, 실적에 당장 안 보인다고 수주의 무게를 낮게 보는 것은 둘 다 이 시차를 건너뛴 해석이다.
원화 금액을 읽을 때 주의할 점도 있다. 두 계약 모두 원계약은 유로(EUR) 표시이고, 공시의 원화 금액은 계약일의 환율로 환산한 값이다. 실제로 같은 원자로계통설계 계약이 계약일 공시에서는 3,734억원(환율 1,739.78원/EUR)인데, 회사의 사업보고서 수주상황 표(기준일 2025년 12월 31일)에서는 3,718억원으로 적혀 있다. 계약이 바뀐 게 아니라 환산 시점의 환율이 다른 것이다. 유로로 맺은 장기 계약인 만큼, 앞으로 매출로 인식될 원화 금액도 환율에 따라 오르내린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매출 인식이 실제로 언제부터 얼마씩 잡히는가다. 계약은 2025년 12월에 체결됐지만 설계 공정의 진척에 따라 매출이 나뉘므로, 분기·반기 보고서에서 원자력·원자로 부문 매출과 계약잔액이 어떻게 채워지는지가 이 수주의 실체를 보여준다.
둘째, 두 축의 진행 상황을 나눠 본다. 종합설계 쪽은 체코 발전소의 건설 일정(착공·인허가)이, 원자로계통설계 쪽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기기 제작 일정이 각각 공정의 속도를 정한다.
셋째, 환율이다. 유로 표시 계약이라 원/유로 환율이 원화 매출 인식액과 외화 관련 손익에 영향을 준다.
넷째, 후속 물량이다. 한국형 원전의 유럽 진출 초석이라는 점에서, 체코의 추가 호기나 다른 유럽 국가의 신규 원전이 이어지면 같은 ‘설계’ 역할이 반복될 수 있다. 다만 그것은 아직 계약이 아니라 가능성이며, 실제 계약 공시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수주로 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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