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기술과 원전 계속운전 — 수명 도래 원전이 여는 설계 수요
2026년 본격화된 고리·한빛 원전 계속운전(수명연장) 심사 국면이 한전기술의 가동원전(O&M) 설계 수요에 무엇을 뜻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나
한전기술은 원전을 설계하는 회사인데, 그 일은 새 발전소를 그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돌아가는 원전의 안전성을 다시 평가하고 설비를 개선하는 설계도 이 회사의 몫이다(가동원전 O&M, 운영·유지보수). 2026년, 바로 이 영역과 맞물린 국면이 열렸다 —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들의 ‘계속운전’ 심사다. 계속운전이란 인허가 때 정한 운전기간(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을 안전성 재평가를 거쳐 추가로 더 돌리는 것을 말한다.
2026년 9월 11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3·4호기와 한빛 1·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및 운영변경허가안을 회의에 상정했다. 정부 계획상 고리 3·4호기 허가안은 2026년 하반기, 한빛 1·2호기 허가안은 2027년 상반기에 제출된다. 이들 원전은 이미 수명이 차 멈춰 있거나 멈추는 중이다 — 고리 3호기는 2024년 9월, 고리 4호기는 2025년 8월, 한빛 1호기는 2025년 12월에 설계수명이 만료됐고, 한빛 2호기는 2026년 9월 11일 가동을 멈췄다. 네 호기 모두 같은 웨스팅하우스 900㎿급 노형이어서 일괄 심의로 묶여 있다.
계속운전의 절차는 정해져 있다. 한수원이 주기적안전성평가(PSR, 일정 주기마다 원전의 안전성을 다시 확인하는 평가)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사고관리계획서와 함께 운영변경허가를 원안위에 내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안전성 심사를 한다. 이 준비 과정에 설계 역무가 실린다.
한전기술은 어디에 걸려 있나
한전기술의 O&M 부문이 바로 이 자리다. 회사는 사업보고서에서 “설계수명이 도래하는 가동원전의 계속운전 사업에 대비하고 있으며, 각 발전소의 계속운전 주기적안전성평가 및 수명평가 용역, 가동원전 긴급지원 및 계통설계 기술용역 등을 수주하여 수행”한다고 밝힌다. 즉 신규 원전을 새로 짓지 않아도, 이미 지어진 원전이 수명연장을 시도할 때마다 안전성평가·수명평가·설비개선 설계라는 일감이 생긴다.
규모의 결은 신규 설계와 다르다. 2025년 O&M 매출은 원자력 부문 982억원(전체 매출의 18.9%), 원자로 부문 131억원(2.5%)으로, 합치면 약 1,113억원이다. 신규 원전 종합설계 한 건(예: 체코 종합설계 1조2,508억)에 비하면 건당 규모는 작지만, 가동 중인 원전이 있는 한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반복적 성격이 있다. 신규 건설이 뜸한 구간에서 회사의 매출을 떠받치는 축이 이쪽이다.
두 갈래로 읽기
이 국면은 두 방향으로 벌어진다. 한쪽은 반복 수요의 확대다. 국내에는 앞으로 설계수명이 차례로 도래하는 원전이 여럿 있어, 계속운전이 표준 경로로 자리 잡으면 PSR·설비개선 설계 수요가 호기마다 되풀이될 수 있다. 신규 건설이 정부 정책과 대형 수주에 따라 드문드문 들어오는 데 비해, 계속운전 수요는 이미 존재하는 원전 대수에 붙는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다른 한쪽은 불확실성과 크기다. 계속운전은 원안위 심사, 주민 수용성, 그리고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원전 정책이라는 변수에 걸려 있어, 심사가 밀리거나 허가가 나지 않으면 관련 설계 수요도 함께 지연된다. 또 계속운전 용역은 건당 규모가 신규 대형 프로젝트보다 작아, O&M 매출이 늘어난다 해도 그것이 신규 원전 설계의 빈자리를 온전히 대신할 크기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이번 심사의 결과와 이후 원전들의 계속운전 착수가 실제로 이어지는지를 봐야 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이번 심사의 결과와 일정이다. 고리 3·4호기(2026년 하반기 허가안)와 한빛 1·2호기(2027년 상반기 허가안)가 예정대로 진행되는지, 운영변경허가가 실제로 나는지가 계속운전이 표준 경로가 될지의 첫 신호다.
둘째, 후속 호기다. 이번 네 호기 이후 설계수명 도래가 이어지는 원전들이 계속운전 절차에 들어가는지를 보면, 반복 수요의 폭을 가늠할 수 있다.
셋째, 한전기술 실적의 O&M 축이다. 분기·반기 보고서에서 원자력·원자로 O&M 매출과 계약잔액이 이 국면과 함께 채워지는지가, 심사 국면이 회사 숫자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넷째, 정책 기조다. 계속운전에 대한 정부·규제의 방향이 이 수요의 크기와 속도를 좌우하는 배경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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