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GAP가격에 반영된 기대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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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 수주잔고 23조의 실체 — 계약 다섯 건을 하나씩 대조하면

2026-10-06 게시

2023~2026년 엘앤에프가 공시한 양극재 공급계약이 실제로 얼마나 납품됐는지, 계약별로 정기보고서와 맞춰 본 기록

목차
  1. 무슨 일이 있었나
  2. 왜 그런가 / 무슨 뜻인가
  3. 무엇을 봐야 하나

무슨 일이 있었나

엘앤에프는 전기차·ESS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를 만들어 셀(배터리) 제조사에 파는 회사다.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이 회사는 연 매출의 몇 배에 이르는 하이니켈 양극재 공급계약을 잇달아 공시했다. 그 결과 2025년 9월 말 정기보고서의 수주잔고는 25.9조 원에 이르렀다. 2026년 6월 말 수주잔고는 23.4조 원으로, 같은 시점 반기 매출(1.62조 원)의 14배가 넘는다.

정기보고서는 계약마다 수주총액, 지금까지 납품한 금액(기납품액), 남은 금액(수주잔고)을 표로 공개한다. 이 표를 계약별로 시점마다 이어 보면, 공시 당시의 금액과 실제 납품 사이의 거리가 계약마다 크게 다르다.

계약 공시일 상대방 계약금액(공시 당시) 2026년 6월 말 기납품액 현재 상태
2023-02-28 Tesla 3.83조 원 (29.1억 달러) 973만 원 2025-12-29 계약금액을 973만 원으로 감액
2024-03-25 SK온 13.19조 원 (99.5억 달러) 6,814억 원 (5.2%) 이행 중, 2030년 말까지
2024-04-11 비공개(유럽) 9.24조 원 (68.2억 달러) 0원 계약상대 파산·인수, 이행 여부 미정
2025-03-11 비공개 3.52조 원 (24.2억 달러) 비공개 기간·납품액·잔고 모두 비공개
2026-03-24 삼성SDI (LFP) 1.61조 원 (10.7억 달러) 0원 2026년 3월 말부터 공급 기간 시작

(출처: 각 계약 공시와 2025 3분기·2025 사업·2026 반기보고서의 수주상황 및 공시내용 진행 표. 원화 금액은 각 공시일 환율 기준)

Tesla. 공급 기간은 2024년 1월부터 2025년 12월까지였다. 2025년 9월 말 보고서까지도 수주잔고 3.83조 원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기납품액은 1,031만 원이었다. 계약기간 종료 직전인 2025년 12월 29일, 회사는 “공급 물량 변경”을 사유로 계약금액을 7,386달러(973만 원)로 정정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이 금액이 이미 납품된 몫이라고 설명했다.

SK온. 엘앤에프가 이름을 밝힌 장기계약 가운데 실제로 납품이 쌓이고 있는 건이다. 누적 기납품액은 다음과 같이 늘었다.

시점 누적 기납품액
2025년 6월 말 2,795억 원
2025년 9월 말 4,081억 원
2025년 12월 말 4,957억 원
2026년 3월 말 5,788억 원
2026년 6월 말 6,814억 원

유럽 비공개 계약. 회사는 계약상대를 밝히지 않았고, 언론은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로 보도했다. 2026년 3월 17일 회사는 계약상대가 “파산 신청 및 인수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이어 인수 기업이 정해지면 계약상 권리·의무가 승계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법정관리인과는 계약 이행 여부와 매출채권 회수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2026년 반기보고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제3자 인수가 진행이 완료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적었다. 이 계약의 이행 여부는 인수자와의 협의로 결정될 예정이라고 썼다. 이 계약의 기납품액은 2025년 이후 모든 정기보고서에서 0원이다.

2025년 3월 비공개 계약. 계약상대, 공급지역, 계약기간이 모두 하이픈(-)으로 공시됐고, 공시 유보기한은 2031년 말이다. 정기보고서도 기밀유지 계약을 이유로 납기, 기납품액, 수주잔고를 ’비공개’로 적는다. 그래서 수주잔고 합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왜 그런가 / 무슨 뜻인가

공시 금액은 ’상한’이자 ’추정’이다

이 계약들에는 공통 문구가 붙는다. 2024년 4월 공시와 2025년 3월 공시는 계약금액이 “위에 표시된 금액까지”라고 적는다. 이 금액은 시장 환경과 고객 요구에 따라 “잠정적으로 결정”된다는 문구도 함께 붙는다. SK온 계약은 공급 물량에 지난 12개월 평균 원재료 가격을 적용한 판가로 금액을 계산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에도 판가가 원재료 가격에 연동돼 변할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렸다. 공시 금액은 고객이 반드시 사야 하는 금액이 아니라, 계약 당시의 물량 계획에 그때의 가격을 곱한 추정치에 가깝다.

납품이 계약 속도를 못 따라가는 이유는 둘로 갈린다

SK온 계약을 예로 들면, 2026년 6월 말 남은 12.51조 원을 2030년 말까지 채우려면 산술적으로 해마다 약 2.8조 원어치를 납품해야 한다. 2026년 상반기 이 계약의 납품액은 1,857억 원이었다. 이 차이는 두 갈래로 읽힐 수 있다.

첫째는 가격 쪽이다. 계약금액은 2024년 초의 원재료 가격을 바탕으로 계산됐다. 그 뒤 리튬·니켈 값이 내려갔다면 같은 물량을 넘겨도 원화 금액은 작게 잡힌다. 이 경우 잔고와 납품액의 차이 일부는 물량 부족이 아니라 가격 하락에서 온다.

둘째는 물량 쪽이다. 셀 제조사가 전기차 수요에 맞춰 생산을 줄이면 소재 주문도 줄어든다. Tesla 계약처럼 기간이 끝날 때 남은 잔고가 한꺼번에 사라질 수 있다.

회사가 판매단가를 “정보누출 우려”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두 요인이 각각 얼마인지는 공시만으로 나눌 수 없다.

고객 쪽 사정이 계약의 운명을 정한다

Tesla 계약과 유럽 계약은 엘앤에프의 생산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계획 변경과 경영 위기로 흔들렸다. 대형 계약은 고객 다변화의 근거로 공시됐지만, 계약 상대가 바뀌거나 무너지면 잔고는 회사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인수자가 계약을 승계하고 실제 주문을 내기 시작하면, 0원이던 기납품액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엇을 봐야 하나

SK온 계약의 분기별 기납품 증가폭. 최근 분기 증가폭은 2026년 1분기 831억 원, 2분기 1,026억 원이었다. 이 숫자가 커지는지, 계약 잔여기간 대비 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분기·반기보고서의 ‘공시내용 진행 및 변경사항’ 표에서 확인된다.

유럽 계약의 승계 여부. 회사는 계약금액 변동 등 중요한 변동이 예상된다고 공시했다. 인수자와의 협의 결과는 정정공시나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로 나온다. 계약금액이 정정되는지, 기납품액이 0원에서 벗어나는지가 두 갈래를 가르는 관찰점이다.

2025년 3월 계약은 정기보고서로 추적할 수 없다. 납품액과 잔고가 비공개다. 이 계약이 이행되는지는 공시 유보기한(2031년 말) 전까지 계약 정정공시나 회사의 별도 발표로만 드러난다.

수주잔고 합계의 구성 변화. 합계에는 비공개 계약이 빠져 있고, 새 LFP 계약이 더해진다. 합계 숫자 하나로 비교하기보다 계약별 행을 이어 보는 편이 실제 흐름에 가깝다.

판매단가 비공개. 가격 요인과 물량 요인을 나눌 수 있는 판가·출하량 수치는 공시되지 않는다. 회사가 IR에서 출하량을 언급하는 경우가 있지만 정기보고서 기재 사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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