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마린엔진 크랭크샤프트 — 공정위가 3년간 붙인 조건
2024년 HD한국조선해양의 STX중공업 인수 때 공정위가 크랭크샤프트 시장에 부과한 조건과 2027년 만료가 무엇을 뜻하는지
무슨 일이 있었나
HD현대마린엔진은 대형 선박의 추진용 저속엔진을 만드는 회사이고, 그 엔진의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피스톤의 왕복운동을 추진축의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축)를 자회사 HD현대크랭크샤프트가 생산한다. 이 자회사는 STX중공업 시절 물적분할한 곳으로, 2024년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을 인수하면서 함께 HD현대 계열로 넘어왔다.
이 인수를 심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7월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문제가 된 시장은 선박용 크랭크샤프트다. 국내에서 이 부품을 만드는 곳은 HD현대중공업,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STX중공업 자회사, 현 HD현대크랭크샤프트), 두산에너빌리티 3사뿐인데, 인수로 이 중 두 곳(HD현대중공업·KMCS)이 한 지붕 아래 들어가게 됐다. 반면 이 부품을 사는 쪽에는 결합회사와 경쟁하는 엔진 제조사(한화엔진·STX엔진)가 있다. 공정위는 결합회사가 경쟁 엔진사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매길 가능성(전방·수직 봉쇄)을 우려했다.
그래서 공정위는 3년간 네 가지 조건을 붙였다. ① 생산능력 범위 안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공급 계약을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공급거절금지, ② 2023년에 체결한 연 32대(KMCS 생산능력의 약 15% 수준) 물량은 계약을 거절할 수 없게 한 최소물량보장, ③ 금속가공제품 생산자물가지수 인상률을 넘겨 값을 올리지 못하게 한 가격인상제한, ④ 납기지연금지다. 심사 당시 한화엔진은 크랭크샤프트를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약 80%, KMCS에서 약 20% 조달하고 있었고, 두산 공장이 포화에 가까우면 KMCS가 사실상 유일한 대체 공급선이라는 점이 배경으로 지적됐다.
왜 그런가 / 무슨 뜻인가
이 조건은 “경쟁사가 곧 고객”인 구조를 3년 동안 제도로 고정한 것이다. HD현대마린엔진 쪽에서 보면, 부품을 경쟁 엔진사에도 계속 팔아 부품 매출·이익을 유지하는 길이 열려 있는 동시에, 그 판매를 임의로 끊거나 값을 올릴 자유는 3년간 묶여 있다. 실제로 이 회사의 2025년 매출처에는 경쟁사인 한화엔진이 부품 고객으로 들어와 있다. 부품을 수직계열화해 경쟁사에까지 판다는 구조가, 규제 조건 위에서 한 번 더 못박힌 셈이다.
관건은 조건에 날짜가 박혀 있다는 점이다. 시정조치는 3년 시한이라 2027년 7월경 만료된다. 만료 이후의 그림은 한 방향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두 갈래로 열린다. 한쪽에서는, 결합회사가 자사 엔진에 들어갈 물량을 우선하거나 공급 조건을 다시 짜면 경쟁 엔진사의 부품 조달 안정성은 다시 협상력의 문제로 돌아간다. 다른 쪽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대체 공급선이 그사이 여유를 확보하거나 수요사들이 조달처를 다변화·내재화하면 결합회사의 지렛대는 그만큼 약해진다.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지금 단정할 수 없다.
무엇을 봐야 하나
가를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2027년 조건 만료 전후 결합회사의 공급 정책 — 만료 시점에 공급 계약·단가 조건이 어떻게 바뀌는지. 둘째, 대체 공급선의 여유 — 두산에너빌리티의 크랭크샤프트 생산능력 증설 여부. 셋째, 수요사의 조달 구조 변화 — 한화엔진·STX엔진이 크랭크샤프트를 내재화하거나 조달처를 옮기는지. 여기에 더해, HD현대크랭크샤프트가 외부(경쟁사)에 파는 부품 매출의 비중이 정기보고서 매출처 항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이 구조를 읽는 눈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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