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HIC 0% 교환사채 310억 — 자사주 3.4%가 교환으로 풀리다
2025년 발행한 무이자 교환사채가 2026년 상반기 전량 교환된 뒤 무엇이 남았나
무슨 일이 있었나
RFHIC(알에프에이치아이씨)는 GaN 반도체로 고주파 전력증폭기를 만드는 회사다. 이 노트는 제품이 아니라 자금 조달에 관한 것이다. 교환사채(EB, Exchangeable Bond)는 회사가 발행하는 사채인데, 만기에 현금 대신 회사가 이미 보유한 자기주식으로 바꿔(교환) 갚을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다. 전환사채(CB)가 새 주식을 찍어 주는 것과 달리, 교환사채는 기존 자기주식을 내주므로 발행 자체로는 신주가 늘지 않는다.
회사는 2025년 10월 1일 제6회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 310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0%인 무이자 사채였고, 교환 대상은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 906,114주(발행주식총수의 3.42%), 교환가액은 1주당 34,212원이었다. 만기는 2028년 10월이며, 조달한 자금의 용도는 운영자금으로 기재됐는데 회사는 세부 목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비”와 함께 “방산·에너지 사업부문 프로젝트 증가에 따른 활용”을 적었다. 인수자는 타임폴리오·씨스퀘어 등 사모 메자닌 펀드들이었다.
이 사채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6년 반기보고서의 연결재무제표 주석은 “당반기 중 액면가액 310억원의 교환사채가 교환청구에 따라 전액 전환되었다”고 적는다. 회사는 별도 공시(자기주식 처분 결정) 각주에서 “전액 조기상환 되었으며, 분할 교환청구 후 교환대상 자기주식 13주는 당사로 반환되었다”고 밝혔다. 두 문장을 합치면, 사채권자들이 분할 교환청구로 교환대상 자기주식 906,114주 중 13주만 남기고 대부분을 가져갔고, 그 결과 사채는 만기 전에 모두 정리됐다는 뜻이다. 즉 자기주식 약 90만 주(발행주식총수의 3.4% 안팎)가 사채권자에게 넘어가 유통주식으로 바뀌었다.
무슨 뜻인가
이 사건은 두 방향으로 읽힌다.
한쪽은 저비용 조달과 부담 없는 정리다. 회사는 0% 금리로 310억원을 조달해 이자 부담 없이 연구개발과 방산·에너지 프로젝트에 쓸 실탄을 확보했다. 사채가 현금 상환이 아니라 교환(전환)으로 마무리됐다는 것은, 교환가액 34,212원을 넘는 구간에서 사채권자가 주식으로 바꿔 갔다는 뜻이고, 그만큼 회사가 만기에 현금을 마련해 갚아야 하는 상환 부담 없이 사채를 털었다는 의미로 읽을 여지가 있다.
다른 한쪽은 실질 희석과 유통물량이다. 교환사채는 신주를 찍지 않지만, 회사가 쥐고 있던 자기주식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 잠재 물량이다. 그 자기주식 3.4%가 교환으로 사채권자에게 넘어가면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그만큼 늘어난다. 발행 시점에는 신주 희석이 없다는 점이 부각되지만, 교환이 실제로 일어나면 자기주식 소각으로 줄일 수 있었던 물량이 반대로 시장으로 풀리는 셈이다. 메자닌 펀드가 교환으로 확보한 주식을 차익 실현 목적으로 내놓는다면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조달 자금의 쓰임이다. 사채로 확보한 310억원의 용도가 연구개발과 방산·에너지 투자인 만큼, 이 투자가 이후 수주·매출로 연결되는지가 조달의 값어치를 정한다.
둘째, 늘어난 유통물량의 소화다. 교환으로 풀린 3.4%가 시장에서 어떻게 소화되는지, 메자닌 펀드의 보유·매도 동향이 이후 지분 공시나 대량보유 공시에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본다.
셋째, 남은 자기주식의 활용이다. 이 교환 뒤 회사의 자기주식은 245,063주(발행주식총수의 0.92%) 수준으로 줄었다. 회사가 남은 자사주를 소각할지, 다시 임직원 성과보상(RSU 교부)이나 추가 자본조달에 쓸지에 따라 주주가치에 미치는 방향이 달라진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