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공급계약 3건 — 수주잔고를 안 쓰던 회사가 2027년치를 먼저 공시했다
2026년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 3건(2조3천억원)이 무엇을 확정하고 무엇을 남겨뒀는지
무슨 일이 있었나
삼성전기는 완제품이 아니라 완제품 안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다. 수동소자를 만드는 컴포넌트, 반도체패키지기판을 만드는 패키지솔루션,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광학솔루션 세 부문으로 나뉜다. 주력 제품인 MLCC는 적층세라믹콘덴서로, 회로에 전기를 저장했다 내보내며 전류를 고르게 유지하는 부품이다. 2026년 반기 연결 매출은 6조6,663억원이다.
이 회사가 2026년에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공시를 세 번 냈다.
| 계약일 | 품목 | 계약금액 | 2025년 매출 대비 | 계약기간 | 공시유보 기한 |
|---|---|---|---|---|---|
| 2026-05-20 | Silicon Capacitor | USD 10억3,540만 (1조5,570억원) | 13.8% | 2027-01-01 ~ 2028-12-31 | 2028-12-31 |
| 2026-06-29 | MLCC | USD 2억9,400만 (4,540억원) | 4.0% | 2027-01-01 ~ 2027-12-31 | 2027-12-31 |
| 2026-07-22 | MLCC | USD 2억 (2,951억원) | 2.6% | 2027-01-01 ~ 2027-12-31 | 2027-12-31 |
원화 금액은 각 계약일의 최초 고시 매매기준율(1,503.80원 / 1,544.20원 / 1,475.60원)로 환산된 공시상 값이다. 환율이 서로 다르므로 단순 합산이 되지만, 세 건을 더하면 약 2조3,061억원으로 2025년 연결 매출(11조3,145억원)의 20.4%에 해당한다.
세 건은 형식이 거의 같다. 계약상대는 전부 “글로벌 대형기업”으로만 적혀 있고, 회사와의 관계·판매공급지역·대금지급 조건은 모두 공란이다. 유보사유는 경영상 비밀유지이며, 공시는 계약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계약상대와 주요 계약조건을 유보기한일의 다음 영업일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적는다. 계약금과 선급금은 세 건 모두 없다. 그리고 계약기간 시작일이 셋 다 2027년 1월 1일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DART에서 2019년부터 2025년까지 7년간 삼성전기가 낸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는 0건이다. 2026년의 세 건은 최소 7년 만에 처음 나온 형식이다.
무슨 뜻인가
첫째, 이 회사에는 원래 수주잔고라는 항목이 없다. 반기보고서 「매출 및 수주상황」은 공급물량이 확정돼 있지 않으며 원가기준 투입법으로 진행기준수익을 인식하는 수주계약이 없다고 적는다. 매출은 주문이 들어온 기간에 인식되고, 다음 기간 매출을 미리 확정해 두는 장치가 없다. 세 건의 공시는 그 구조에 난 예외다. 2027년과 2028년에 걸린 금액이 계약 형태로 사전에 드러난 사례는 최근 7년간 없었다.
다만 계약 체결 자체는 아직 어떤 회계 숫자도 만들지 않았다. 반기보고서 「공시내용의 진행·변경사항」을 보면 두 건의 판매·공급금액과 대금수령금액이 당기·누적 모두 공란이고, 회사는 계약기간 시작일이 2027년 1월 1일이라 당반기에 공급한 내역이 없다고 적었다.
둘째, 실리콘 커패시터는 아직 공시된 사업 구조 안에 자리가 없다. 실리콘 커패시터는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공정으로 미세 구조를 만들어 전기를 저장하는 부품이다. 세라믹 시트를 쌓아 만드는 MLCC와 달리 두께를 크게 낮출 수 있어, 공간이 부족한 반도체 패키지 안이나 기판에 직접 끼워 넣는 용도가 가능하다.
그런데 2026년 반기보고서 「II. 사업의 내용」에는 이 제품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주요 제품 표에도, 생산능력·가동률 표에도, 원재료 매입 표에도 항목이 없다. 매출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으니 제품 현황에 잡히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 제품을 어느 부문에서, 어디서, 어떤 설비로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시 항목이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는다.
셋째, 유보된 항목이 두 갈래를 만든다. 확정된 것은 금액과 기간과 품목뿐이고, 그 금액이 무엇의 결과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계약상대가 기존 거래처인지 새 거래처인지에 따라 읽는 방식이 갈린다. 2026년 반기 기준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거래처는 삼성전자와 그 종속기업 하나뿐으로 1조7,108억원, 전체의 약 26%다. 계약상대가 이미 거래 중인 곳이면 기존 물량을 계약 형태로 문서화한 쪽에 가깝고, 새 거래처면 매출처 구성 자체가 바뀌는 일이 된다. 공시된 정보만으로는 어느 쪽인지 가릴 수 없다.
원가가 붙는 방식도 열려 있다. 삼성전기의 기존 부문은 설비를 먼저 깔고 그 위에서 물량을 돌리는 구조여서, 2026년 반기 매출 대비 감가상각비가 패키지솔루션 14.7%, 컴포넌트 7.0%다. 실리콘 커패시터를 자체 설비로 만들면 매출보다 고정비가 먼저 늘어나고, 외부 생산에 맡기면 고정비 대신 외주비가 들어간다. 두 경우에 물량 변동이 이익에 남기는 자국의 크기가 다르다. 어느 쪽인지는 공시에 없다.
계약금액이 그대로 매출이 되는지도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공시는 계약금액과 기간 등이 사업 과정상 변동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계약금·선급금이 없다고 밝힌다. 계약이 그대로 이행되면 2027~2028년에 공급 시점 기준으로 인식되고, 물량이 조정되면 조정된 만큼만 인식된다.
무엇을 봐야 하나
계약상대가 공개되는 시점. 공시가 밝힌 유보기한은 MLCC 두 건이 2027년 12월 31일, 실리콘 커패시터가 2028년 12월 31일이고, 그 다음 영업일에 계약상대와 주요 계약조건이 공개될 예정이다. 그 전에 특정 기업을 계약상대로 지목하는 보도는 회사가 확인한 사실이 아니다.
정기보고서 「II. 사업의 내용」에 실리콘 커패시터가 항목으로 들어오는지. 주요 제품 표에 들어오면 어느 사업부문으로 분류되는지가 드러나고, 생산능력·가동률 표에 들어오면 자체 생산인지가 드러나며, 원재료 매입 표에 들어오면 원가 구성이 드러난다. 세 표 중 어디에 나타나느냐가 위에서 연 원가 갈래를 가른다.
「공시내용의 진행·변경사항」의 판매·공급금액 칸. 반기보고서에서는 당기·누적 모두 공란이었다. 계약기간이 2027년 1월 1일에 시작하므로 2027년 1분기 보고서부터 숫자가 채워지기 시작한다. 계약금액 총액과 실제 공급금액의 진행 속도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시 항목이다.
「매출 및 수주상황」의 기재 문구가 유지되는지. 회사가 공급물량이 확정돼 있지 않다는 기존 문장을 그대로 두는지, 아니면 수주 관련 기재를 새로 만드는지는 이 회사가 계약 기반 매출을 예외로 볼지 상시 구조로 볼지를 보여준다.
매출액 10% 이상 거래처 목록. 2027년 이후 정기보고서에서 이 목록이 삼성전자와 그 종속기업 하나에서 늘어나는지.
계약의 정정·해지 공시. 금액과 기간은 변동될 수 있다고 공시에 적혀 있다.
출처